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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펙에서 독일 취업 도전기 #3: 호주 워홀 마무리 / 기록 본문

해외 취업/무스펙 독일 취업 도전기!

무스펙에서 독일 취업 도전기 #3: 호주 워홀 마무리 / 기록

반한울 2025. 3. 27. 15:57


독일에 가기 전 유학 자금을 모으러 호주에 온 필자는 호주가 너무나 좋아 2년의 시간을 보낸다. 농장, 공장, 건설현장, 광산 등 안 가본 곳이 거의 없다시피 한 2년이었다.

1. 첫 번째 지역: 타즈매니아

태즈메이니아 데본포트에서 라즈베리 농장을 다니며 첫 일감을 구했다. 주급은 대략 1000~2000불 사이. 능력제라서 내가 얼마나 열심히 따느냐에 따라 벌이가 달라졌지만, 라즈베리가 부족한 날은 아무리 날고뛰어도 주급이 낮았다.

시즌이 끝날 즈음, 지역 잡 에이전시에 문의해 새로운 농장 일을 구했다. 브로콜리, 감자, 비트루트 등 다양한 농장을 전전하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씩 일했다. 주급은 항상 1000불 이상. 그동안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외국인 여자친구도 생겼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전 여자친구와의 첫 만남은 밭에서 무 대신 뽑아주다가 시작됐다. 무 뽑을 때 전완근이 눈에 들어왔다나 뭐라나.

아무래도 타국에서 힘든 일을 하다 보니 외노자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친해지기가 쉬웠다. 일 끝나고 함께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힘든 하루를 위로하곤 했다.

호주에 온 지 1년이 지나고, 모은 독일 유학 자금은 대략 2만 불. 조금 부족한 감도 있었고, 호주 생활이 좋아서 세컨드비자를 신청해 1년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원래 목표는 1년 안에 3만 불을 모으고 떠나는 거였는데,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 두 번째 지역: 퍼스

세컨비자를 받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이동한 곳은 퍼스. 이곳에서는 농장이 아닌 공장에서 일하게 됐다.

첫 번째로 다닌 곳은 APG 돌 공장. 광산에서 나오는 광물 샘플을 가루로 만들어 분석하는 곳인데 먼지가 많아서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했고, 극한의 반복 노동이었다. 돌덩이들 기계에 넣고 기다리고 가루 나오면 주머니에 잘 넣어서 정리하면 끝. 굉장히 쉬워서 솔직히 힘들진 않았다. 그냥 먼지가 많은 게 가장 힘든 점이었다.

그다음으로 옮긴 곳은 스테글스 닭 공장. 말 그대로 닭을 손질하는 곳인데, 처음엔 생닭을 만지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었다. 하지만 뭐든 적응의 동물, 시간이 지나니 속도가 붙었다. 일 자체는 단순 반복 작업이라 정신을 놓고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됐다. 장점이라면 주급이 안정적이었고, 날씨나 시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단점이라면... 냄새. 퇴근 후에도 몸에서 닭 냄새가 빠지지 않아서 샤워를 두세 번 해야 했다.

퍼스에서의 생활은 타즈매니아와 사뭇 달랐다. 특히나 공장을 주로 다녔다 보니 사람 사귀기가 힘들었다. 공장이 보통 시끄럽고 본인 할 일이 정해져 있어서 행동반경이 제한되다 보니 잡담할 시간이 잘 없었다. 그래도 일 끝나면 다들 세상 해맑게 퇴근인사하는 건 만국공통. 출근할 땐 다들 울상이다.

공장 생활이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역시 돈이 목적이었기에 묵묵히 버텼다. 그렇게 하니 통장 잔고는 예상보다 일찍 목표치를 넘어 조금은 일을 줄이고 여행도 다니면서 호주 생활을 마무리했다.

다음 편은 구체적인 독일 유학 계획 시작에 대하여 쓸 예정